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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 밤
[古典서 찾는 지혜]
한국경제신문 2001-12-31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無情又遣今年去, 무정우견금년거
有力難回此夜窮. 유력난회차야궁
萬古消磨應是夢, 만고소마응시몽
人生老在不知中. 인생노재부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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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세월 한 해를 또 이렇게 보내는 구나
이 밤이 새는 것을 그 어느 장사가 되돌릴 수 있으랴
만고에 쌓인 시름 모두가 꿈인 것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절로 절로 늙어만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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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말엽의 여류시인 박죽서가 “섣달 그믐날 밤”을 읊은 시이다.
흘러가는 세월에는 애당초 감정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세월을 두고 무정하다고 푸념을 한다.
따지고 보면 이는 모두 사람들 저마다의 곤궁함이나 초조함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시간은 영겁(永劫)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
사람은 그 시간의 띠위에 한 점 외로운 존재일 뿐이다.
섣달 그믐날 밤이 새면 설날 아침이다.
그 아니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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