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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바닥에 대하여

by freewind 삶과사랑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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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시작 노트(정호승)

 

이 시는 인생의 바닥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쓰게 된 시입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번쯤은 바닥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바닥은 없다면 한없이 깊고 어두운 심연과 나락 속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바닥은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존재이지 마지막을 의미하는 존재는 아니라 봅니다.

 

바닥이 있기에 정상이 있을 수 있어 한편으로는 희망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때는 바닥이 원망의 대상으로 느껴졌는데, 그냥 딛고 일어서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니

희망을 버리지 마라는 의미와 상통하게 되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자살하게 되는 계기는 희망을 잃을 때라 합니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바닥이 없다는 것입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의 입을 통해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인간이 저지른 죄악 중에 가장 큰 죄악이 무엇이냐 물으니 그건 바로 희망을 잃은 것이라 했습니다.

절대자는 인간이 저지른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지만 절망에 빠진 것은 용서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등산을 할 때 장상에서부터 등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상을 향하기 위해서 바닥부터 시작을 합니다.

정상의 존재는 내가 걸어 올라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정상 또한 내려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바닥과 정상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바닥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바닥의 소중함을 새겨보는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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