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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운산방(臥雲山房)
장석남(1964 ~ )
그 집은 아침이 지천이요
서산 아래 어둠이 지천
솔바람이 지천이다
먼지와 검불이, 돌멩이와 그림자가 지천이다.
길이며 마당가론 이른 봄이 수레째 밀렸고
하늘론 빛나며 오가는 것들이 문패를 빛낸다
나는 큰 부자가 되길 원했으므로
그 부잣집에 홀로 산다
쓰고도 쓰고도
남고 남아 밀려 내리는 고요엔
어깨마저 시리다
내 유산으로는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를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다던 장석남 시인, 알고 보니 부자다.
부자도 이런 부자가 없다.
그의 집엔 많은 것들이 차고 넘치고 지천으로 널려 있다.
구름도 누워 잠시 쉬었다 가는 산방엔 아침이 지천이고
저물녘엔 어둠이, 솔바람이, 먼지와 검불이, 돌멩이와 그림자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뿐 아니다.
마당과 집 주위 길에는 봄이 수레째 밀려들고 하늘로는 오가는 것들이 문패를 빛내는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고백한다.
본래 큰 부자가 되기를 원했으므로 그 부잣집에 홀로 살며
쓰고도 쓰고도 남아 흘러내리는 고요에 어깨마저 시려 미칠 지경이라고.
강원도에 가까운 경기도 용문산 자락 어디에 손수 집을 짓고 산다는 시인의 집이 이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이 가기 전에 이 부잣집에 마실 가야겠다.
이 넘치는 고요와 외로움을 가져와야겠다.
- 곽효환 : 시인 ·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 출처 : 시가 있는 아침 - 중앙일보 20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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