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거미줄
정호승 (1950~ )
산 잎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작과 비평사, 1999.10.20- 중에서
☑ My Comment
〇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외골수가 아니다.
앎이 많아질수록, ‘그것이 정말 하나뿐인 진리일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 반대쪽도 살펴본다.
항상 머뭇거린다.
조용히 인내하며 기다려 볼 줄 안다.
〇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오로지 내가 알고 있는 것,
내 것만이 진리라고 고집하며 물러설 줄 모르고
그래서 다른 진리가 또한 있을 수 있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이는
어쩌면 진리를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〇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〇 하루살이에게 ‘내일’을 설명할 수 없고
참새에게 ‘겨울’ 이야기를 해 줄 수 없듯이
한 낫 100년도 못 채우고 가는 인생이
안다면 얼마나 알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전부일까?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짐의 기술 The Art of Disappearing (0) | 2022.06.05 |
---|---|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0) | 2022.06.04 |
와운산방(臥雲山房) (0) | 2022.05.28 |
가던 길 멈춰 서서(Leisure(여유)) (0) | 2022.05.22 |
고독하다는 것은… (0) | 2022.05.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