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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거미줄

by freewind 삶과사랑 2022.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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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정호승 (1950~ )

 

 

 

 

산 잎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작과 비평사, 1999.10.20- 중에서

 

 

 

My Comment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외골수가 아니다.

앎이 많아질수록, ‘그것이 정말 하나뿐인 진리일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 반대쪽도 살펴본다.

항상 머뭇거린다.

조용히 인내하며 기다려 볼 줄 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오로지 내가 알고 있는 것,

내 것만이 진리라고 고집하며 물러설 줄 모르고

그래서 다른 진리가 또한 있을 수 있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이는

어쩌면 진리를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하루살이에게 내일을 설명할 수 없고

참새에게 겨울이야기를 해 줄 수 없듯이

한 낫 100년도 못 채우고 가는 인생이

안다면 얼마나 알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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