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춰 서서(Leisure(여유))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W.H. Davis, 1871~1940)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W.H. Davis, 1871〜1940)
〇 걸인으로 알려진 영국 시인
〇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조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람.
열세 살 때 친구들과 도둑질을 하다 체포된 후 퇴학을 당하고 액자 공장에서 도금기술을 배우지만,
그 일을 혐오해서 몰래 책을 읽다가 들키기 일쑤였다.
〇 조모가 죽자 그는 고향을 떠나 일정한 직업 없이 걸식을 하면서 방랑한다.
(후에 그는 ‘문학을 하고 싶은 야망으로 저주 받지 않았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거지로 남았을 것’이라며
걸인생활에 대한 향수를 토로한다.)
〇 그러나 28세 되던 해 그는 금맥이 터졌다는 소문을 듣고
미국으로 가서 서부로 가는 화물 기차에 뛰어 오르다가 떨어져서 무릎 위까지 절단한 장애인이 된다.
〇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외다리로는 걸인생활을 하기 힘들어지자 시인이 되기로 작정,
서너 편의 시를 종이 한 장에 인쇄해 집집마다 다니며 팔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자비로 출판한 시집 「영혼의 파괴자 외」를 계기로
특이한 삶을 산 방랑걸인 시인으로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〇 위의 <가던 길 멈춰 서서>는 그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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