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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튀밥에 대하여

by freewind 삶과사랑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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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밥에 대하여

 

 

안도현

 

 

변두리 공터 부근

적막이며 개똥무더기를 동무삼아 지나가다 보면

난데없이 옆구리를 치는 뜨거운

튀밥 냄새 만날 때 있지

 

그 짓하다 들킨 똥개처럼 놀라 돌아보면

망할 놈의 튀밥장수, 망하기는커녕

한 이십 년 전부터 그저 그래 왔다는 듯이

뭉개 뭉개 단내 나는 김을 피워 올리고

 

생각나지, 햇볕처럼 하얀 튀밥을

하나라도 더 주워 먹으려고 우르르 몰리던

그때, 우리는 영락없는 송사리 떼였지.

 

흑백사진 속으로 60년대며 70년대 다 들여보내고

세상에 뛰쳐나온 우리들

풍문으로 듣고 있지.

 

지금 누구는

나무를 타고 오른다는 가물치가 되었다 하고

누구는 팔뚝만한 메기가 되어 진흙탕에서 놀고

또 누구는 모래무지 되고 붕어도 잉어도 되었다는데

삶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제대로

나는 가고 있는지

 

가령

쌀 한 됫박에 감미료 조금 넣고

한없이 돌리다가 어느 순간 뻥, 튀밥을 한 자루나 만들어내는 것처럼

순식간에 뒤집히는 삶을 기다려오지는 않았는지

 

튀밥으로 배 채우려는 욕심이 크면 클수록

입안에는 혓바늘이 각성처럼 돋지.

 

안 먹겠다고, 저녁밥 안 먹겠다고 떼쓰다

어머니한테 혼나고 매만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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