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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무기다
문병란
육신을 부패시키는
썩어가는 향기 속에서
나를 굳이 지키는
한 줌 영혼의 소금,
욕망의 찌꺼기
다 태우고 마지막 남은
굳고 단단한 한 개의 사리,
고독은 무기다!
악의 턱 밑에 들이미는
날카론 창끝,
썩은 살 속에 파고드는
뾰족한 주사의 바늘끝,
추리고 추린 마지막 언어로
깊은 밤 홀로 불러보는
고독은 무기다!
부드러운 아첨의 혀 끝에
거슬리는 가시로 스미고
빛나는 꽃다발을 거부하는
이 완강한 주름의 묵수(墨守),
어느 땅 끝에 앉아
까마귀의 울음을 묻을 때
깨어진 가슴에 안을
마지막 나의 연인,
고독은 무기다!
희희낙락
붙고 엉키는 오늘의 야합
낭자한 악의 저자에
허우적이며 침몰하는 악의 잔치,
썩은 어둠을 태우고
새 빛을 퉁겨올리는
고독은 무기다!
혁혁한 두 눈 부릅뜨고
한옹큼 주름살을 지키며
다지고 다지는 오늘의 주먹,
마지막 남은 분노로
마지막 남은 눈물로
치열한 싸움을 선언하다!
불퇴의 전진을 선언하다!
오 고독의 무기여.
* 강물 같은 깊은 인생을
황야처럼 넓은 삶을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
고독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지려니 했던 기대를
이제는 버린다.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메마른 견고함
너무나 고답적인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 고독의 고고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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