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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고독은 무기다

by freewind 삶과사랑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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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무기다

 

                                                  문병란

 

 

육신을 부패시키는

썩어가는 향기 속에서

나를 굳이 지키는

한 줌 영혼의 소금,

욕망의 찌꺼기

다 태우고 마지막 남은

굳고 단단한 한 개의 사리,

고독은 무기다!

 

악의 턱 밑에 들이미는

날카론 창끝,

썩은 살 속에 파고드는

뾰족한 주사의 바늘끝,

추리고 추린 마지막 언어로

깊은 밤 홀로 불러보는

고독은 무기다!

 

부드러운 아첨의 혀 끝에

거슬리는 가시로 스미고

빛나는 꽃다발을 거부하는

이 완강한 주름의 묵수(墨守),

어느 땅 끝에 앉아

까마귀의 울음을 묻을 때

깨어진 가슴에 안을

마지막 나의 연인,

고독은 무기다!

 

 

 

희희낙락

붙고 엉키는 오늘의 야합

낭자한 악의 저자에

허우적이며 침몰하는 악의 잔치,

썩은 어둠을 태우고

새 빛을 퉁겨올리는

고독은 무기다!

 

혁혁한 두 눈 부릅뜨고

한옹큼 주름살을 지키며

다지고 다지는 오늘의 주먹,

마지막 남은 분노로

마지막 남은 눈물로

치열한 싸움을 선언하다!

불퇴의 전진을 선언하다!

오 고독의 무기여.

 

 

 

 

* 강물 같은 깊은 인생을

황야처럼 넓은 삶을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

고독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지려니 했던 기대를

이제는 버린다.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메마른 견고함

너무나 고답적인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 고독의 고고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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