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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길 가는 자의 노래

by freewind 삶과사랑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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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 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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