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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옳다거니 그르다거니 상관 말고

by freewind 삶과사랑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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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의현(臨濟義玄)

[시가 있는 아침]

 

 

 

 

是是非非都不關 옳다거니 그르다거니 상관 말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 두라.

莫間西天安養國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白雲斷處有靑山 흰 구름 걷힌 곳이 청산인 것을.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시비하지 말라는 그 말에

시비를 거느라고 바장인 날이 몇 날인가.

걷힐 흰 구름이 따로 있다는 그 말에 넘어간 고개가 몇 구빈가.

선사(禪師)가 장구채를 거꾸로 잡고 신명을 냈을 리야 있겠는가,

귓구녁에 귓밥이 수미산이겠지.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요, 밝은 거울 또한 대()가 따로 없네.

불성(佛性)은 항상 청정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가 있으리오

(菩提本無樹, 明鏡亦無臺. 佛性常淸淨, 何處有塵埃)”(육조혜능六祖慧能).

참 구구절절 옳기도 옳고, 말은 참 쉽기도 쉽다.

이 말을 받아 전한 자가 지해종사(知解宗師)라 하나,

뱉을 침을 되삼키느라고 목구멍이 아프다.

사유(思惟), 이 유치찬란한 희론(戱論)이여!

시여, 이 징글징글한 말놀이여!

어느 날에나 흰 구름인 듯 무연히 너를 바라보랴!

 

* 장철문 : 시인 · 순천대 교수

 

 

- 출처 : 중앙일보 2012.12.31 임제의현(臨濟義玄, ? ~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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