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벽됨을 치유하는 방법은 서(恕)뿐이다
[고전강해/대학8장] 위백규 옛글의 향기(雜著)
2016.08.17. http://blog.naver.com/rowkcn/220789118131
이른바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은 그 몸을 닦는 데 달렸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친애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경외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불쌍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오만하고 태만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된다.
그러므로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며,
싫어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점을 아는 자는 천하에 드물다.
(故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天下鮮矣 좋아하면서 그것의 악함을 알고,
싫어하면서 그것의 선함을 아는 자는 세상에 드물다.)
○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들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하며, 자기 농토의 싹이 큰 줄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 이를 두고 “몸을 닦지 않으면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하지 못한다.”라고 한다.(대학8장, 원문생략)
자기 몸으로부터 가(家)로 가는 단계는 자기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이르는 첫 과정이다.
그러므로 곧장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은 그 몸을 닦는 데 달렸다.〔齊家在修其身〕’라고 하지 않고,
7장 기두(起頭)의 사례에 따라 다만 ‘이른바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所謂齊其家〕’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기(其)’ 자는 다른 곳보다 비교적 중요하니 조금 더 공력을 쓰는 의사가 있다.
바로 〈요전(堯典)〉에 “구족을 친하게 했다.〔以親九族〕”라고 할 때의 ‘이(以)’ 자와 같은 의미이다.
이 다섯 가지의 편벽됨은 위 장의 네 가지 병폐
(성냄(忿), 두려움(懼), 좋음(好), 근심(憂)에 치우치고 얽매이는 감정의 병폐)와 비교할 때 또 훨씬 드러난다.
네 가지 병폐는 마음에서 발동하여 일에서 드러나지만, 다섯 가지 편벽됨은 일에서 발동하여 정치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나로부터 남을 다스리는 데까지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편벽됨의 병폐가 마음에 있을 때는 미세하지만, 편벽됨의 폐해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질 때는 심각하다.
편벽됨을 치유하는 방법은 서(恕, 남의 처지를 헤아림)뿐이다.
서(恕)는 자기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대용(大用)이다.
그러므로 이 장에서는 먼저 ‘벽(辟)’ 자를 이야기하여 남을 헤아리지 않는 ‘불서(不恕)’의 병폐를 드러냈다.
아래 장에서 바야흐로 ‘서(恕)’ 자를 설명하고, 평천하장(平天下章)에서 또 ‘서(恕)’ 자를 분석하여
남을 헤아리는 도리〔絜矩 혈구〕를 설명함으로써 서(恕)의 대용을 밝혔다.
배우는 사람의 공부 순서가 이와 같을 뿐만 아니라, 성현이 지은 문장의 신묘함이 또한 이와 같은 데가 있다.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고 싫어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점을 아는 것(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은
바로 남을 헤아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근본이니, 오직 서(恕)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어진 사람만이 남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천하에 드물다.’는 한 구절은, 읽어 보면 사람으로 하여금 개탄하게 하며 일깨워 준다.
두 번째 구절의 ‘고(故)’ 자는 매우 정신(精神)이 깃들어 있는 용어이다.
고어(古語)를 인용하는 경우 대부분 꼭 ‘고인이 말하기를〔古人有言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人有言曰〕’,
‘그러므로 말하기를〔故曰〕’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단지 ‘속담에서〔諺有之〕’라고 했으니, 경전(經傳)에 없는 사례이다.
그 의도는 천하에 드물기 때문에 속인들이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말함으로써
‘드물다(鮮)’는 글자를 증명하려고 한 것이다.
천하에 드문데 군자만 할 수 있으니, 소자(邵子 소옹(邵雍))가 “한 사람이 만 명을 감당한다.
〔一人而當萬人〕”라고 했던 말은 참으로 그렇지 않은가.
자식의 나쁜 점이나 자기 농토의 싹이 큰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정서이다.
마음이 막히고 본성이 치우친 사람이 가장 깨닫기 어려운 것이
곧 서(恕)할 수 없거나 남을 헤아릴 수 없는 병의 근원이며,
집안, 나라 그리고 천하가 가지런하지 않고 다스려지지 않는 어지러움의 근원이다.
“자기 농토의 싹이 큰 줄을 알지 못한다.”라는 말은 다만 끌어온 말이지만, 마지막 장에 나오는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자기 몸을 팔아 재화를 불린다.〔不仁者以身發財〕”라는 말의 골자를 포함하고 있다.
맺음말에 굳이 “몸을 닦지 않으면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하지 못한다.”라고 한 것은
말투를 바꾸어 확고한 단안을 내린 것이니 간곡한 뜻이 깊다.
누군들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까마는,
아무도 수신(修身)이야말로 제가(齊家)의 근본임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어법을 매우 엄중하게 하여
사람들을 격동시키고 맹렬한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이상은 전(傳) 8장(章)이다.
-위백규(魏伯珪, 1727~1798), ' 대학(大學) [전(傳) 8장(章)]', 존재집(存齋集) 제5권/독서차의(讀書箚義)-
▲원글출처: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김건우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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