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것은 대단치 않다
2013-12-12 한국고전번역원 권경열(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고전의 지혜]
특이하게 하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일은 군자가 취하지 않는다.
立異以爲高 君子不取(입이이위고 군자불취)
- 김일손 '영산현감신담생사당기(靈山縣監申澹生祠堂記)' '탁영집(濯纓集)'
☑ 해설
신담이라는 사람이 영산 현감으로 있으면서 베푼 선정에 감동한 백성들이
그의 생사당(生祠堂)을 지은 전말을 기록한 글에 나오는 말입니다.
생사당은 살아 있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지은 사당입니다.
어떤 이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치에 비해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데 왜 백성들이 이렇게까지 그를 칭송하는 것인가?"
그러자 김일손이 대답했습니다.
"남달리 하는 것이 뭐가 대단하겠는가? 군자는 그런 것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네."
물론 현대는 개성의 시대입니다.
뭔가 남과 달라야 돋보이고, 경쟁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남과 차별되는 '튀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문제는 그런 정도를 지나쳐 때로는 남의 눈만을 의식해 고행을 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달려들고, 기괴한 행색을 하는 것에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 마음을 쓰고 몸을 괴롭히지 않더라도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남다른 모습은 자연히 갖춰집니다.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원대한 식견이 없는 것이다"라는 채근담의 말이 그래서 더욱 와 닿습니다.
☑ 김일손(1464~1498)
조선 초기의 학자·문신. 자는 계운, 호는 탁영·소미산인, 본관은 김해. 문장에 뛰어났으며, 점필재 김종직의 수제자다.
스승의 '조의제문'을 사초에 실었다가 무오사화 때 극형을 당했다.
저서에는 '탁영집'이 있다. 시호는 문민이다.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릇 된 사람이란 (0) | 2022.07.14 |
---|---|
편벽됨을 치유하는 방법은 서(恕)뿐이다 (0) | 2022.07.13 |
따라 짖는 개/ 이지 (0) | 2022.07.11 |
물고기 뛰어오르고 솔개는 날아오르고 (0) | 2022.07.08 |
鳶飛魚躍 연비어약 (0) | 2022.07.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