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들
류시화 - 아침의 시 26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그 둘이 같지는 않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일
그리고 아직 원할 것이
더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일
내가 가야만 하는 곳에
갈 수 없을 때
비록 나란히 가거나
옆으로 간다 할지라도
그저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갈 뿐
내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느끼려고 나는 노력한다
그 둘이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그것이 왜 인간만이
수많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우는 법을 배우는가의 이유이다
- 니키 지오바니 <선택들> (류시화 옮김)
Choices
if i can't do
what i want to do
then my job is to not
do what i don't want
to do
it's not the same thing
but it's the best i can
do
if i can't have
what i want then
my job is to want
what i've got
and be satisfied
that at least there
is something more
to want
since i can't go
where i need
to go then i must go
where the signs point
though always understanding
parallel movement
isn't lateral
when i can't express
what i really feel
i practice feeling
what i can express
and none of it is equal
i know
but that's why mankind
alone among the animals
learns to cry
- Nikki Giovanni, from <Selected Poems of Nikki Giovanni>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삶이 주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갈 것인가,
어떻게 표지판을 발견할 것인가, 어떤 것이 진정한 선택인가, 이것이 오늘 아침의 시의 주제이다.
이 시는 '선택'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선택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없을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인생은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책들에는 적혀 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의 상황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선택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일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속에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매 순간, 매일, 매번 우리는 갈림길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삶에 갇힌 영혼들이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
그러나 타협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실 삶의 표지판들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미국의 전투적 흑인 시인으로 평가받는 니키 지오바니는
인권 운동과 블랙 파워(백인들의 인종적 차별을 부수기 위한,
미국 흑인들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 향상 운동)에 영향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다수의 시집과 아동서적을 냈다.
그녀의 시는 사랑과 성, 분노, 슬픔, 인종, 정치 권력, 폭력 등을 크게 아우른다.
혁명적인 정신 때문에 초기의 시들은 분노를 표현하고 있지만 변함없는 주제는 사랑이다.
photograph_Jerry Uels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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