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에 관한 여섯째 거짓말 – 워렌 버핏과 누진세의 허구
허핑턴포스트 2014년 12월 26일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25일 유종일
전반적으로 현대국가의 조세는 약하게 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버핏이나 게이츠 같은 극상위계층에게는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다.
소득계층의 최상위로 갈수록 기업과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로부터 얻는 자본소득이 중요한데,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점점 더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의 로비에 의한 최고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조세경쟁에 따른 법인세 등 자본과세의 인하가 일어났다.
자본과세의 인하로 인해 모자라는 세수는 결국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의 증가로 메워지고 있다.
재정에 관한 열 가지 거짓말과 두 가지 진실 <6>
여섯째 거짓말 | 워렌 버핏과 누진세의 허구
투자의 귀재이며 세계 최고 갑부 중의 하나인 워렌 버핏은 사회적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하고 부자감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2011년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을 소득으로 나누어 본 결과
자신의 여비서를 포함한 직원들 어는 누구보다도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소득은 대부분 투자로 얻은 소득으로서 일반적인 소득세율이 아닌 자본이득세율 15%를 적용 받기 때문이다.
버핏은 부시 대통령의 부자감세가 이런 황당한 일을 초래했다면서 부자증세를 주장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여론을 등에 업고 연 소득 백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경우
실효세율이 최소한 30%가 되도록 하는 소위 '버핏세'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흔히 미국에는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기부도 많이 하고 부자감세에 반대하는 부자들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양식 있는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부자들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공화당이 얼마나 부자감세에 앞장서고
얼마나 부자증세에 반대하는지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소득과 부가 점점 더 극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뿌려가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상속세 폐지, 자본소득세율 인하 등 최상위 소득계층을 위한 막대한 감세가 이루어졌다.
경제학 교과서는 현대국가의 조세에 있어서 기본 원리의 하나로서 누진세를 언급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게 책정하여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재분배에 기여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세나 상속세 등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누진세의 형태를 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 세율을 보면, 과세표준 소득 1,200만원 이하에 대하여
6%에서 시작하여 1억5천만원 이상에 대하여 38%까지 상당히 누진적인 체계로 되어있다.
그러나 소득 대비 실제로 내는 세금 총액을 따져서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계층간 조세부담률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소득자일수록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활용한 조세회피에 능하고
또한 역진적인 성격이 있는 부가가치세나 여타 소비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사하다.
따라서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는 미미한 편이며 지출수준이 재분배의 정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전반적으로 현대국가의 조세는 약하게 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버핏이나 게이츠 같은 극상위계층에게는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다.
소득계층의 최상위로 갈수록 기업과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로부터 얻는 자본소득이 중요한데,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점점 더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의 로비에 의한 최고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조세경쟁에 따른 법인세 등 자본과세의 인하가 일어났다.
세계화에 따른 자본이동성의 증대로 조세경쟁이 벌어진 탓이다.
자본과세의 인하로 인해 모자라는 세수는 결국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의 증가로 메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피케티는 <21세기자본>에서 말하고 있다.
누진세는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것인데,
누진세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두 가지 흐름이 근래에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최상위 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되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최상위 계층에 대하여 세 부담이 현저히 낮아지는 조세제도의 역진적 변화다.
그 결과 누진세제라는 개념은 점차 현실의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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