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에 관한 첫째 진실 – 돈을 함부로 쓰면 망한다
허핑턴포스트 2015년 01월 23일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25일 유종일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를 획일적 복지로 오해함으로써
근로유인을 파괴하는 나쁜 복지제도가 퍼지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보육정책이다.
스웨덴을 비롯해서 모든 복지선진국들이 보육지원을 모(母)의 취업여부와 부모의 소득수준에 연계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야말로 획일적으로 무상보육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보육시설에서는 취업모의 아이들에 비해 늦게 맡기고 일찍 찾아가는 전업주부의 아이들을 선호한다.
보육지원이 여성고용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이를 차별하고 억제하는 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영아(0~2세)를 둔 여성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취업률보다 높은 OECD 유일의 나라가 되었다.
재정에 관한 열 가지 거짓말과 두 가지 진실 <11>
첫째 진실 | 돈을 함부로 쓰면 망한다
정부 재정에 관한 견해들을 일별해보면,
진보적인 입장은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복지를 확대하고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며 경기조절에 나서자는 것이고,
반면 보수적인 입장은 이에 반대하고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재정에 관한 열 가지 거짓말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보수적인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짓이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진보적인 입장에서도 거짓과 오류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필자의 글들이 기본적으로 복지가 되었건 경기부양이 되었건
정부가 돈을 쓰는 일들을 옹호한 것이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돈을 아무렇게나 함부로 써도 괜찮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만일 재무부가 낡은 병에 지폐를 가득 채워서 사용되지 않는 폐광에 묻고
도시 쓰레기로 덮은 후에 입찰에 성공한 민간 기업이 그 지폐가 담긴 병을 파내게 하면 실업은 없어지고,
그 영향으로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며 사회의 부도 휠씬 커질 것이다."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실업해소와 소득창출에 유용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유효수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이론적 주장이지 실제로 이런 정책을 제안한 것은 결코 아니다.
케인즈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문제가 존재할 때만 이런 주장이 성립한다는 토를 달았을 뿐만 아니라
낭비적인 지출보다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지출을 선호했다.
낭비적 지출이라도 일시적인 부양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경기회복 이후에 나타나는 사후효과까지 따져보아야 한다.
재정지출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인프라나 주택 건설 혹은 에너지 절감 시설에 투자했다면 사후효과는 플러스일 것이다. 지폐를 땅에 묻었다 파내는 케인즈의 예시와 같은 경우에는 사후효과가 제로이므로 전자에 비해 분명 낭비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재정지출을 잘못하여 네거티브 사후효과를 초래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일시적 경기부양 효과는 거두었을지 몰라도 두고두고 비용을 치러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22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었으나
고용효과가 미미하였기에 현명한 부양정책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어쨌든 일정한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커다란 네거티브 사후효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박창근 교수의 계산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 5년간 수질관리 비용만 20조 원이 들고,
사업의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바로 잡으려면 무려 65조 원이 필요하단다.1)
경제성은 전혀 없고 유지관리에 돈만 들어가는 지방공항이나 경기장 시설 등도 네거티브 사후효과의 비근한 사례다.
재정지출을 잘못해서 두고두고 비용을 치르는 일은 복지정책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필자는 앞선 글에서 '복지병'을 허구로 만드는 것은 효율적인 복지제도 설계임을 강조한 바 있다.
복지지출이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검증한
린더트(Peter H. Lindert)는 그 까닭이 복지국가들이 복지제도를 만들 때
근로유인을 왜곡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2)
만약 복지가 근로유인을 파괴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경제의 효율을 갉아먹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배급제가 실행되는 북한에서 노동효율이 낮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필자는 북한에서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영부영 하는 철로 부근 작업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를 획일적 복지로 오해함으로써
근로유인을 파괴하는 나쁜 복지제도가 퍼지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보육정책이다.
스웨덴을 비롯해서 모든 복지선진국들이 보육지원을 모(母)의 취업여부와 부모의 소득수준에 연계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야말로 획일적으로 무상보육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보육시설에서는 취업모의 아이들에 비해 늦게 맡기고 일찍 찾아가는 전업주부의 아이들을 선호한다.
보육지원이 여성고용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이를 차별하고 억제하는 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
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영아(0~2세)를 둔 여성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취업률보다 높은 OECD 유일의 나라가 되었다.3)
이외에도 무상보육제도의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효율적인 제도설계보다 지원확대에만 관심을 가지는 형국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근로를 통한 빈곤탈출을 억제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채로 14년간 운영이 되었으나
최근 개편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곧 이들의 지출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함부로 돈을 쓰면 나라는 망한다.
무조건 복지를 확대하면 좋다는 사고방식은 거꾸로 복지확대에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중시할수록 이들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제도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1) 박창근, "맨얼굴의 4대강 사업"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기획, , 알마, 2015).
2) Peter H. Lindert, Growing Public: Volume 1, The Story: Social Spending and Economic Growth since the Eighteenth Centu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3) 윤희숙 외, "보육•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KDI FOCUS 2013년 8월 20일(통권 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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