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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귀곡자에서 배우는 21세기 협상술

by freewind 삶과사랑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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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에서 배우는 21세기 협상술

[동양학 산책] 反面을 읽고 속마음을 숨겨라

 

 

세 치 혀를 통해 이뤄지는 유세는 비즈니스 협상과 여러모로 닮았다.

대화를 주도하며 상대의 속셈을 헤아린 뒤 원하는 바를 교묘히 관철하는 게 그렇다.

동양 고전 가운데 이를 집대성해 놓은 것이 '귀곡자(鬼谷子)'이다.

귀곡자는 외교학파에 해당하는 종횡가(縱橫家)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전국시대 중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대표적인 종횡가 소진(蘇秦)과 장의(張儀) 모두 귀곡자의 제자이다.

전국책은 이들의 활약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귀곡자가 총론이라면, ‘전국책은 각론에 해당한다.

중국인은 병법가 손빈(孫賓)과 방연(龐涓)도 귀곡자의 제자였다고 믿고 있다.

북송대의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두 사람 역시 귀곡자 밑에서 병법을 배웠다고 기록해 놓았다.

현재 귀곡자의 은거지로 알려진 중국 허난성 운몽산(雲夢山) 일대에

중화제일 고군교(古軍校)’ 깃발 아래 거대한 규모의 관광단지가 조성돼 있다.

 

유학자들은 귀곡자를 음모의 집대성으로 간주하고 오랫동안 금서로 취급했다.

그러나 손자병법등의 병서가 궤계(詭計)를 통한 승리를 역설했듯이

귀곡자역시 음모를 통해 뜻하는 바를 관철하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성인은 은밀히 일을 도모하는 까닭에 신묘하다는 칭송을 듣고,

밝은 곳에서 그 공을 드러내는 까닭에 명민하다는 칭송을 듣는다.

사람들이 성인의 정치와 용병을 신명하다고 칭송하는 이유다.”(‘귀곡자마의)

 

 

어떤 사물이든 대립되는 현상이 병존하기 마련이다.

사물을 관찰할 때 정면(正面)만 보지 말고 반면(反面)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나라를 다스리거나 군사를 지휘할 때

반드시 속마음을 철저히 숨기는 음도(陰道)를 행해야만 대공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짓 못해 먹겠다며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놓는 극단적인 양도(陽道)와 대비된다.

 

유가의 맹자가 정면을 응시한 것이라면, ‘귀곡자

병가의 손자병법과 법가의 '한비자'와 마찬가지로 반면의 작용에 주목했다.

모택동은 모순론에서 반면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염결(廉潔)이 있으면 반드시 탐오(貪汚)가 있고, 탐오가 있으면 반드시 염결이 있기 마련이다.

이게 바로 '대립물의 통일'이다. 세상사 모두 대립물의 통일이다.”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위정자와 기업 CEO 모두 사안의 반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귀곡자'보다 더 좋은 이론서도 없다.

 

여기에 소개된 비책은

마음을 여닫으며 대화를 이끄는 벽합(卑闔),

얘기를 뒤집으며 상대의 반응을 유인하는 반복(反覆),

상대와 굳게 결속하는 내건(內建),

벌어진 틈을 미리 막는 저희(抵戱),

칭송하며 옭아매는 비겸(飛箝),

상대의 형세에 올라타는 오합( ),

상대가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췌마( ),

시의에 맞게 계책을 내는 권모(權謀) 등 모두 8가지다.

 

당태종 이세민과 키신저가 곁에 두고 읽었다는 얘기도 있다.

온갖 지략이 난무하는 21세기 비즈니스 정글에 활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 출처 : 조선일보    2012.06.08    신동준 박사  21세기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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