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는 어려우나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명구 2013년 12월 5일(목)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일을 망치는 것은 터럭을 태우는 것처럼 쉽다.
成立之難如登天 失墜之易如燎毛
성립지난여등천 실추지이여료모
- 이우(李, 1739∼1811)
「병인일기(丙寅日記)」
『면암집(俛庵集)』
☑ 해설
이우는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자는 치춘(穉春)이고, 호는 면암(俛庵)입니다.
조부는 이태화(李泰和)이고, 부친은 소산(小山) 이광정(李光靖, 1714∼1789)이며,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 1711~1781)은 그의 큰아버지입니다.
가학으로 공부하였으나 과거 공부에는 뜻을 접고
자신을 수양하는 공부에 전념하였으며
이상정의 유사(遺事)를 짓고 문집을 발간하는 데 정성을 다하였다고 합니다.
성품이 과단성 있고 정의로워 1792년 영남유생 1만여 명이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해명하는 상소를 올릴 때 앞장섰다가
전라남도 강진(康津)의 고금도(古今島)로 유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우가 유배지인 고금도에서 병인년(1806, 순조6)에 쓴 일기
- 사실은 아들 이병탁(李秉鐸)이 기록한 일기- 가 「병인일기」인데
위의 글은 「병인일기」 3월 6일자 기사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유배지에서 이우가
당나라 문장가 한유(韓愈)의 「한영사탄금(韓穎師彈琴)」 시를 읽다가
“더위잡고 오르려니 한 치도 오를 수가 없는데,
세력 잃어 한 번 떨어지면 천 길이 넘는구나.[躋攀分寸不可上 失勢一落千丈强]”라는 구절에 이르자,
“옛사람이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일을 망치는 것은 터럭을 태우는 것처럼 쉽다.[成立之難如登天 失墜之易如燎毛]’고 하더니
그 말이 참으로 맞는구나.”라고 탄식하였다는 내용입니다.
평생 자신의 수양에 힘쓰고 정의로운 것만을 숭상해 왔다고 믿던 사람이,
그 올바른 정의를 주장하고 나섰다가 한순간 유배형에 처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좌절과 비통과 탄식이 이 한 구절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위의 말씀은 인생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는 진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더라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몹시 어려운데,
그나마 정상 근처까지 도달했을지라도
어느 한순간의 방심으로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란 항상 살얼음 밟듯이, 깊은 연못가에 서 있듯이,
늘 조심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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